이애주 교수의 ‘바람맞이’ 춤과 ‘한풀이’ 춤

이애주 교수의 ‘바람맞이’ 춤과 ‘한풀이’ 춤

6월 26일 ‘민주헌법 쟁취를 위한 국민평화대행진’을 앞두고, 서울대 학생과 대학원생의 사전 집회가 개최되던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낯선 광경이 펼쳐졌다. 한 여성이 집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에 앞서 ‘바람맞이’ 춤을 춘 것이다. 소복을 입고 등장한 이 여성은 광목천을 가르며 박종철의 고문과 죽음을 애통해하고, 부활과 해방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이 모습은 집회에 참석 또는 지켜보던 수많은 학생과 교수 등 대학 구성원에게 신선한 인상을 심어 주었으며, 새로운 집회 문화가 널리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춤의 주인공은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재직 중인 이애주 교수였다. 당시 대학 교수가 집회에서 춤을 춘다는 것은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애주의 춤은 7월 9일 연세대에서 열린 고 이한열의 장례식에서 다시 등장했다.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서 장례식을 마친 행렬이 교문 앞에 도달했을 때, 이애주는 이한열이 최루탄에 맞아 쓰러진 자리에서 삼베 치마저고리 차림으로 ‘한풀이’ 춤을 추었다. 억울하게 이승을 떠나는 망자의 한을 달래듯이, 이애주가 아스팔트 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지 않자 이한열의 어머니가 울부짖었고, 어느 할머니가 이애주를 일으켜 세우면서 춤은 계속되었다. 이후 장례 행렬은 수백 개의 만장과 수백 개의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신촌로터리로 향했다.

사진: 고문추방민주화국민평화대행진 서울 출정식에서 많은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명나게 춤판을 벌이는 이애주 교수

(1987. 6. 26.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

행사 참가신청

Sta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