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코 너를 빼앗길 수 없다

* 1987년 1월 20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박종철 열사 추모제에서 '서울대 언어학과 일동'의 이름으로 발표한 추도시 


<우리는 결코 너를 빼앗길 수 없다>

오늘 우리는 뜨거운 눈물을 삼키며

솟아 오르는 분노의 주먹을 쥔다


차가운 날

한 뼘의 무덤조차 없이

언 강 눈바람 속으로 날려진

너의 죽음을 마주하고

죽지 않고 살아남아 우리 곁에 맴돌

빼앗긴 형제의 넋을 앞에 하고

우리는 입술을 깨문다


누가 너를 앗아 갔는가

감히 누가 너를 죽였는가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우리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다

너는 밝힌 자가 될 수 없음을

끝까지 살아남아 목청 터지도록 해방을 외칠

그리하여 이 땅의 사슬을 끊고 앞서 나아갈 너는

결고 묶인 몸이 될 수 없음을


너를 삼킨 자들이

아직도 그 구역질나는 삶을 영위해 가고 있는

이 땅 이 반도에

지금도 생생하게 생생하게 살아 있는 너


철아

살아서 보지 못한 것 살아서 얻지 못한 것

인간, 자유, 해방,

죽어서 꿈꾸어 기다릴 너를 생각하며

찢어진 가슴으로 네게 약속한다

거짓으로 점철된 이 땅

너의 죽음까지 거짓으로 묻히게 할 수는 없다


그리고 말하리라

빼앗긴 너를 으스러지게 껴안으며 일어서서 말하리라

오늘의 분노, 오늘의 증오를 모아

이 땅의 착취

끝날 줄 모르는 억압

숨쉬는 것조차 틀어막는 모순 덩어리들

그 모든 찌꺼기들을

이제는 끝내 주리라

이제는 끝장내리라


철아

결코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우리의 동지여

마침내 그날

우리 모두가 해방 춤을 추게 될 그날

척박한 이 땅 ㅏ마른 줄기에서 피어나는

눈물뿐인 이 나라의 꽃이 되어라

그리하여 무진벌에서 북만주에서 그리고 무등에서 배어난

너의 목소리를 듣는 우리는

그날

비로소 그날에야

뜨거운 눈물을 네게 보내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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